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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업무 권태기, 번아웃 증후군 극복하기

        2019. 09. 09

        “권태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어느덧 입사 3년 차. 요즘 회사와 일, 업무로 인해 권태로움과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신입으로 입사 후 선임으로 진급하기까지 앞만 보며 달려온 제가 업무에 집중하려 하면 할수록 더욱 피로함을 느낍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가 문득 지루하고 때로 지겨움마저 느끼게 되었는데요. 근래에는 이 일이 제 적성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할 때 열심히 적극적으로 임하기보다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고, 일을 마친 후에는 뿌듯함이나 보람보다는 피로함이 더 크게 느껴지곤 합니다. 익숙한 업무를 지속해서 하게 되다 보니 평소에 하지 않을 사소한 실수도 하게 되고, 일에 대한 집중력도 저하되어, 출근할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질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게 바로 요즘 말하는 일태기(일+권태기)라는 걸까요? 일태기를 현명하게 대처하고 극복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일에 대한 권태로움으로 한숨이 짙은 H씨

        “일이 잘 풀려도 스트레스는 받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오해가 있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리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기분 좋게 등산을 해도 다리가 뻐근할 수 있듯이 최선을 다해 멋지게 일을 해도 우리 몸의 핵심 컴퓨터 기능과 같은 뇌와 마음은 지칠 수 있습니다. 뇌가 하드웨어고 마음이 소프트웨어쯤 된다고 비유할 수도 있을 텐데요. 우리는 뇌와 마음이 지칠 수 있다는 생각을 잘 안 하는데, 뇌도 근육처럼 생물학적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일이 잘 되든 안 되든 에너지는 고갈될 수 있습니다.

        “번아웃 신드롬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마음과 뇌도 지칠 수 있습니다. 소위 번아웃 신드롬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질병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방전되었다고 고장이 난 것은 아닌데요. 그냥 많이 썼기 때문에 에너지가 고갈된 것입니다. 번아웃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오늘 사연처럼 우선 에너지가 저하됩니다. 의욕이 없어지니 회사 생활이 옛날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에 대한 만족감도 떨어집니다.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여러 생각이 들게 됩니다. 또한 공감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자주 소통을 하던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질 수 있고, 심하게는 대인기피증도 올 수 있습니다.

        때문에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왔을 때 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 자기 자신에게 대견하다고 칭찬해 주는 일입니다. 그런데 보통은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되나, 정신력이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자기 비난에 빠지기 쉬운데요. 그런 생각을 계속 하다 보면 더 지치게 될 뿐입니다. 등산 이후 아픈 다리에 ‘넌 그것밖에 안 되냐’며 핀잔을 주는 것과 똑같습니다. 힘든 산행을 견뎌준 다리에 휴식을 주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과 뇌도 칭찬과 휴식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번아웃 증후군에 대한 마음 충전 솔루션으로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을 소개해 드립니다.

        “마음 충전, 소진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 뇌 안에 있는 감성-충전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

        디지털 세상을 주도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에게 직장인의 지친 뇌 충전 전략 ‘소통을 위한 단절(disconnect to connect)’, 즉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자유를 주는 마인드 바캉스 훈련인 셈입니다. 바캉스의 어원이 ‘자유를 찾다’라고 합니다. 마음의 자유는 정신의학적으로 ‘디스커넥트(detachment)’, 즉 ‘거리를 두다’라는 뜻인데요.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은 곧 맹렬히 작동하던 전투 시스템의 스위치를 잠시 끄고, 치열한 삶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고, 우리의 뇌를 이완시키고 충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 현대인의 뇌는 밀려오는 외부 정보와 전투를 벌이며 스트레스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스트레스 시스템이 쉬지 않고 계속 작동하면 뇌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결국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하루에 10분이라도 외부 정보와의 연결을 끊는 단절 훈련을 해야 합니다. 이때 비로소 내면의 감성-충전 시스템의 스위치가 켜지기 때문입니다.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즉, 내가 나를 모니터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모니터링 능력이 향상되면 삶의 여유가 생기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채찍질만 해대는 무의식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문제를 쉽게 다루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때 활성화되는 것이 바로 디폴트 신경망(default network, 기본 신경망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신경망을 뜻함) 입니다.

        내 마음 바라보는 훈련하기

        내 마음을 잘 모니터링 하기 위해서는 뇌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그저 내 마음을 바라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세 번 깊게 호흡하며 그 호흡의 흐름을 느끼기 :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는 동안, 회의 시작 전 또는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호흡의 흐름과 함께 마음을 느껴봅니다.

        2. 조용한 곳에서 음미하며 밥 먹기 : 음식의 색깔, 향 그리고 밥알의 움직임을 느끼며 먹는 천천히 밥 먹기(slow eating)도 자신의 생각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3. 하루 10분 산책하기 : 여유롭게 몸을 움직이면 뇌의 긴장감이 이완되며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4. 일주일에 한 번 친구 또는 지인과 힐링 수다하기: 마음이 지치고 불안하면 나 자신을 바라볼 여유를 가지지 못합니다. 공감되는 수다만큼 큰 위로가 없습니다.

        5. 주 1회 슬픈 영화나 슬픈 작품 감상하기: 즐겁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마음을 조정하는 것을 기분전환이라 하는데 계속 기분전환만 하다 보면 내 마음의 슬픈 감정을 바라보는 능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6. 일주일에 3편의 시 읽기: 사람의 마음은 논리보다 은유에 움직입니다. 은유에 친숙해지는 것은 내 마음을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7. 스마트폰 집에 두고 당일치기 기차 여행하기: 기차에서 창 밖을 멍하니 보다 보면 자연스레 명상 효과가 일어나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연습하다 보면 뇌에서 만들어지는 생각과 감정이 하얀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유가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고 성공적인 비즈니스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게 최신 뇌과학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자, 오늘부터 연습을 시작해보세요. 자신을 바라볼 줄 아는 순간 고민했던 회사에서의 업무 권태기 또는 스트레스는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윤대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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