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로 보는 화학사 Vol.077, 원자번호 77번 ‘이리듐’을 소개합니다.
2020. 07. 10
지난 시간에는 최초의 인공 원소 ‘테크네튬(Tc, 원자번호43번)’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공룡 멸종에 영향을 준 원소인 ‘이리듐(Ir, 원자번호 77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이리듐(Iridium)은 백금족 원소의 하나로, 원자 번호는 77번입니다. 백금과 유사한 은백색을 띠고 있으며, 금속 분말은 검은색입니다. 이리듐은 실온에서 공기, 물, 산, 알칼리 등과 반응하지 않는 안정적인 특성이 있으며 내부식성이 가장 큰 금속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리듐은 그 자체로는 쉽게 부서져 가공하기가 어려우며 합금이 되면 강해집니다. 따라서 백금이나 오스뮴 등과의 합금 형태로 활용됩니다. 이리듐 합금은 항공기 부품, 인공위성 부품, 과학기기 부품, 과학 실험을 위한 촉매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리듐은 공룡의 멸종에 영향을 준 원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룡 멸종에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운석 충돌설의 근거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리듐이기 때문입니다. 이리듐은 지각에 존재하는 양이 매우 적은 희귀한 금속이지만 외계의 운석에서는 지각에서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이리듐이 검출됩니다. 따라서 이리듐은 지구가 아닌 외계에서 유입된 원소라는 가설이 유력하며, 공룡 등이 멸종한 시기인 6,500만 년 전 형성된 경계층에 이리듐이 높은 농도로 들어 있어 당시 생물의 대멸종이 소행성 충돌과 연관되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1803년 영국의 화학자 스미슨 테넌트는 백금광에서 오스뮴과 이리듐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불순물이 섞인 백금을 왕수로 녹인 후 남은 검은 찌꺼기가 흑연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이후 테넌트는 이 찌꺼기를 알칼리 및 산으로 반복 처리한 결과 미지의 새로운 두 원소인 오스뮴과 이리듐을 밝혀냈습니다. 테넌트는 이리듐의 염류 수용액이 무지개처럼 여러 가지 색을 띤다는 점에서 착안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 여신의 이름인 이리스(Iris)를 떠올려 ‘이리듐’이라 명명하였습니다.
이리듐은 수많은 금속 중에서 가장 부식되지 않는 금속이지만, 그 자체로는 잘 부서져 가공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홑원소 물질보다는 합금으로 이용합니다. 이리듐 합금은 고도의 안정성이 필요한 반도체 등의 전자 제품과 레이저 관련 고에너지 제품에 쓰입니다. 태블릿PC, 평면TV 등 전기·전자제품과 만년필 촉, 치과용 재료 등으로 사용되며, 반도체, 발광다이오드, 엔진의 점화플러그 등 전자·항공·화학·산업에서 높은 온도에 잘 견디고 큰 내마모성이 있어야 하는 곳에 널리 사용됩니다. 로듐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나 다른 수송 수단의 촉매 변환기로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안정성과 내부식성이 뛰어난 이리듐은 국제 표준 원기 제조에 활용됩니다. 세슘이 시간 단위인 1초를 정의하는 데 쓰이듯, 이리듐은 질량 단위인 1kg을 정의하는 데 이용됩니다. 국제도량형위원회는 1901년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된 원기를 1kg 표준으로 발표했습니다. 1885년에는 백금과 이리듐 합금 막대를 길이 단위인 1m 표준으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리듐(Ir, 원자번호 77번)’은 외계 운석에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계속 지구로 떨어지고 있지만, 구하기가 어려워 금에 비해 비싼 희귀 원소입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은백색을 띠는 전이 금속 ‘루테늄(Ru, 원자번호 44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내용 출처> 누구나 쉽게 배우는 원소 (그림으로 배우는 118종 원소 이야기) /원소가 뭐길래 (일상 속 흥미진진한 화학 이야기) / Big Questions 118 원소 (사진으로 공감하는 원소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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