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를 기리는 원소 ‘마이트너륨(Mt, 원자번호 109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렸습니다. 오늘은 지진을 감지하는 데 쓰이는 원소 ‘이터븀(Yb, 원자번호 70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란탄족에 속하는 이터븀(ytterbium)은 회백색의 부드러운 금속입니다. 이터븀은 란타넘족 원소 중에서 비교적 반응성이 큽니다. 공기 중에서 비교적 빠르게 산화되어 금속광택이 흐려지고, 분말 상태에서는 쉽게 산화 이터븀으로 전환됩니다. 이터븀은 희토류 원소 중에서는 존재량이 꽤 많은 축에 속합니다. 모나자이트, 희토류광, 가돌리나이트 등 희토류가 섞여 있는 여러 광석에서 발견되는 이터븀은 압력에 따라 전기 저항이 바뀝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며, 그 결과 이터븀은 지진 감지 장치의 핵심 요소, YAG레이저(YAG결정을 사용한 레이저, 고체 레이저 중에서 가장 널리 보급되고 있는 레이저)의 첨가제, 유리의 착색제 등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이터븀은 1878년 스위스 화학자 장 드 마리낙(Jean Charles Galissard de Marignac, 1817~1894)가 발견한 것입니다. 마리낙은 1860년대까지 어븀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던 터븀을 분광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원소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스웨덴의 화학자 라르스 닐손(Lars Fredrik Nilson, 1840~1899)은 마리낙의 이터븀이 실제로는 두 원소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3족에 속하는 희토류 금속이지만 란탄계열이 아닌 스칸듐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이터븀이었습니다. 그러나 1907년에 프랑스 화학자 조르주 위르뱅(Georges Urbain, 1872~1938)은 새롭게 정제된 이터븀도 루테슘(현재의 루테튬)이라 부른 새로운 원소와 그가 네오이터븀이라 부른 원소를 포함하고 있는 혼합물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터븀이라는 이름은 1925년에야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으며, 순수한 샘플은 1950년대가 되어서야 얻어졌습니다.
이터븀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인근 광석 마을인 이테르비(Ytterby)의 채석장에서 발견돼 거기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당시 이테르비에서 명칭을 차용한 원소는 총 네 개가 있으며 이터븀 외에 이트륨(Y), 터븀(Tb), 어븀(Er) 등이 있습니다.
이터븀은 지진 감지 장치의 핵심 요소를 맡고 있습니다. 이터븀은 압력에 따라 전기저항이 바뀌는데 이 특성을 활용하면 땅속의 압력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터븀은 실리콘광전지와 결합해 복사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시스템에도 쓰입니다. 레이저, 합금, 형광체, 세라믹콘덴서 등에 사용되며, 이외에도 유리의 착색이나 YAG레이저의 첨가제로도 쓰입니다. 또한, 어븀과 함께 지폐나 위조 방지용 잉크, 유기반응의 촉매에도 사용됩니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이터븀은 사실상 상업적 용도가 없는 희토류 원소로 분류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이터븀은 앞서 설명한 용도 외에 강철 첨가제, 고체상태 레이저 재료 첨가제, 휴대형 방사선원 등의 여러 용도로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크게 기대되는 원소입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독일 헤센의 중세 라틴어 이름을 딴 원소 ‘하슘(Hs, 원소번호108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출처> 누구나 쉽게 배우는 원소 (그림으로 배우는 118종 원소 이야기) /원소가 뭐길래 (일상 속 흥미진진한 화학 이야기) / Big Questions 118 원소 (사진으로 공감하는 원소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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