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끌어올린다? 플라스틱을 초기 원료로 되돌리는 초임계 열분해 기술
2022. 04. 14
플라스틱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소재 중 하나입니다. 플라스틱 등장 덕분에 인류의 생활은 풍요로워졌습니다. 플라스틱 등장 이후 인류는 가늘면서도 튼튼한 섬유로 옷을 짓게 되었고 튼튼하고 사용하기 편한 일상용품을 영위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살균하기 어렵고 깨지기 쉬웠던 유리병과 고무 튜빙 대신 튼튼하면서도 가공하기 쉽고 가벼운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의 등장은 ‘20세기 신의 선물’이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현재 플라스틱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쓰고 난 뒤 버려지는 플라스틱 때문인데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위한 뾰족한 해결책은 없을까요?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322만 9,594톤입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62%였는데요. 이중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원료로 바꾼 뒤 다시 플라스틱으로 활용한 ‘물질 재활용’은 22.7%입니다. 전 세계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펴낸 <국내외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현황 및 해결방안>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약 65년 동안 플라스틱은 8,300만 톤 정도 생산되었으며 플라스틱 폐기물은 6,300만 톤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플라스틱 폐기물 중 13%인 800만 톤은 소각되었으며 10%인 600만 톤만 재활용되었다고 합니다. 77%인 4,900만 톤은 매립되거나 버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우리의 예상보다 낮은데요.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플라스틱은 100% 재활용할 수 없는 걸까요?
현재까지 플라스틱 재활용은 기계적 재활용에 집중되었습니다. 기계적 재활용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하여 오염 물질을 씻어내고 분쇄하여 녹인 뒤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펠릿(알갱이) 형태로 가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렇게 재활용된 펠릿과 기존 원료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하여 플라스틱 원료로 다시 가공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우선 아무리 깨끗하게 세척한다고 해도 폐플라스틱에 불순물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불순물이 남을 경우 재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또 플라스틱 가공 과정에서 사용된 첨가제로 인해 재활용한 펠릿은 그 질이 떨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버려진 플라스틱 중 실제 기계적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기계적 재활용은 분명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해결책이지만, 기계적 재활용만으로 모든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기계적 재활용으로 모든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해결책이 없는 걸까요? 다행히도 과학의 힘은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합니다.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또 다른 빛은 바로 화학적 재활용입니다. 화학적 재활용은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입니다. 폐플라스틱을 작은 분자량의 단위체(monomer)로 만든 뒤 다시 사슬을 합성해야 하는데요. LG화학은 오랫동안 기계적 재활용 못지않게 화학적 재활용이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화학적 재활용을 실현하고자 여러 방안을 고심하기도 했는데요. 그 결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2024년 1분기까지 충청남도 당진에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초임계 열분해 기술은 앞서 언급한 화학적 재활용 방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고온/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를 활용해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데요. 이 기술을 사용하면 그동안 재활용이 어려웠던 과자 봉지나 즉석밥 비닐 뚜껑, 용기 등을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플라스틱 소재를 재활용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해당 플라스틱이 여러 소재가 섞인 복합 재질(OTHER)이기 때문인데요. 초임계 열분해 기술은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폴리에틸렌(Polyethylene, PE), 폴리프로필린(Polypropylene, PP)을 열분해하여 초기 원료인 납사(Naphtha)를 추출해 다시 석유화학 공정에 넣을 수 있습니다. 예로 들어 10톤가량의 비닐/플라스틱 쓰레기를 넣는다면? 8톤 이상의 열분해유(열로 분해해 초기 원료인 납사를 추출해 석유화학 공정에 넣는 방식을 말함)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2톤가량으로 생기는 부생 가스는 초임계 수증기 제조 등 공장 운전에 필요한 에너지로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버릴 게 없이 모두 재활용되는 구조인데요. 이런 LG화학의 생산성은 업계에서도 최고인 수준입니다.
LG화학은 초임계 열분해 기술을 위해 해당 원천 기술을 보유 중인 영국의 무라 테크놀로지(Mura Technology, 이하 무라)와 협업할 예정입니다. 2021년 10월 LG화학은 재활용 분야에서 밸류 체인을 강화하기 위해 무라에 지분 투자도 진행했는데요. 최근에는 무라의 기술 판권을 가진 미국의 글로벌 엔지니어링/서비스 기업 KBR(Kellogg Brown & Root)과 기술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의 기본 설계를 위한 공정 라이선스 및 엔지니어링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충청남도 당진에 건설될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LG화학은 실질적인 제품을 검증하고 이후 시장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추가로 증설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폐플라스틱 추출 가능한 열분해유 기준으로 2020년 70만 톤 규모인데요. 이는 2030년 330만 톤 규모로 연평균 17% 이상 성장하리라 예측됩니다. LG화학은 글로벌 과학 기업으로서 화학적 재활용 기술 자체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또한 국내에서 관련된 재활용 기술과 원재료를 보유한 연구기관,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과 협력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화학적 재활용은 인류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이슈입니다. 화학적 재활용 설비를 구축하고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구축하는 일은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LG화학은 화학적 재활용을 비롯해 플라스틱 재활용에 관련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친환경 소재/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강화할 것입니다. 열분해 공장을 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선도하는 과학 기업답게 지속가능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쉬지 않고 도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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